15.1.09

[최승현 기자의 대중문화회관] 막상 한류스타 없인 안되겠니?


[최승현 기자의 대중문화회관] 막상 한류스타 없인 안되겠니?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9-01-15 03:10 최종수정 2009-01-15 09:23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이란 게 있다. 인질이 자신을 가둬둔 납치범에 감화돼 그를 옹호하는 기이한 심리현상. "턱없이 높은 몸값을 받는 한류 스타들 때문에 드라마 시장이 부도 직전"이라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돌연 몇몇 한류 스타들을 콕 집어 '특별 대우' 해주겠다며 팔 걷고 나선 것을 보니 갑자기 이 말이 떠올랐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협회는 당초 심각한 위기 상황이니 배우들 출연료 상한선을 1500만원으로 하자는 가이드 라인을 제작사들에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배용준, 송승헌, 최지우, 권상우, 박용하 등 13명의 한류 스타들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며 다시 공문을 보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또 스타 모시기냐?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누구는 웃돈 받고 누구는 못 받느냐? 선정 기준을 알 수 없다"고. 이 기준을 따르자면 MBC '연기대상' 동기인 김명민과 송승헌은 비슷한 비중으로 같은 드라마에 나와도 출연료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인센티브는 송승헌만의 것이니까.


'겨울연가', '대장금' 히트 이후 한국 드라마계는 또 다른 '대박'을 꿈꾸며 스타 캐스팅에 혈안이 됐다. 그러나 창조적 스토리, 기발한 소재 등 기본이 외면됐고 결과는 '쪽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숨 넘어가기 직전인 지금도 고질병인 '스타 의존증'은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스타의 상품 가치는 가변적이다. 미래 예측이 어렵다. 게다가 스타에 대한 팬덤이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욘사마' 배용준은 아직도 수만 명의 일본 팬을 몰고 다니지만 그가 광개토대왕으로 등장한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의 지난해 NHK 방영 당시 시청률은 7%에 불과했다. 20%를 넘나들었던 '겨울연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런데 제작사들끼리 이렇게 명단까지 돌려가며 웃돈을 받을 수 있는 스타를 지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일부 스타들의 원활한 캐스팅을 위해 출연료를 더 주고자 하는 명분 찾기는 아닐까? 이번에 거명된 한류 스타들 몸값은 시장 가치와 상관없이 또다시 치솟을지도 모른다. '담합' 논란 여지도 있다.

2005년 2월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편성한 방송국 수는 64개였지만 지난해 2월 조사에서는 31개로 급감했다. 중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금 제작사들이 파고들어야 할 건 아이디어, 그리고 스타의 세대 교체다. '과거의 얼굴'을 버리고 '미래의 얼굴'을 찾으란 말이다. 낯선 신인급 연기자 이민호를 앞세운 '꽃보다 남자'(KBS 2TV)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섰지만 '겨울연가'의 최지우가 나오는 '스타의 연인'은 고작 시청률 7~8%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종종 잊고 있는 건 배용준도, 이영애도 '겨울연가', '대장금'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아시아 지역에서 거의 완벽한 '새 얼굴'이었다는 사실이다.

http://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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